1. 게으름 문제 인지
할 일이 있더라도 마감일까지 미뤄버리고, 언제쯤 시작해야 그래도 기한 안에 끝낼지 계산하면서 그전까지는 일을 하지 않는 습관이 들어버렸습니다. 심지어는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여 혹은 더 미루고자 하는 심보가 커진 탓에 합리화를 하는 과정에서 일을 더욱 미뤄서 마감일까지 미흡한 결과만을 내보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재미가 있지 않음에도 핸드폰에서 유튜브 쇼츠를 계속 넘기면서 보거나 SNS에서 이런저런 유머글을 읽는데 시간을 허비하였습니다.
사람이 무언가에 중독이 된다면 스스로의 의지로 그것을 끊기가 힘이 들고 심지어는 즐겁지도 않으면서 그 일을 반복하게 된다고 합니다. 분명히 즐거워서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 습관적으로 하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면 그때부터 중독이 된 것이라고 본다고 합니다. 핸드폰에서 쓸데없는 일을 하면서 정말 해야 한 일을 회피하기, 이게 중독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심각성을 느꼈습니다.
심각함을 느꼈고 이런 게으름을 피우는 습관이 일에 지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고치려는 시도는 쉽지 않았습니다. 비록 딴짓을 하는 것이 마음은 불편했어도 시작하기도 버거운 중요한 할 일을 하는 것에 비해서 몸이 편하다는 것을 알고 회피해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회피 과정이 습관화가 되어서 결국 불안한 마음과 증세는 점점 심해져서 딴짓을 하면서도 본래 해야 할 일을 걱정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망치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멈출 수 없는 게으름의 굴레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이전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간단한 애착 유형 테스트를 해보았을 때 회피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긴 했었지만 그 성향이 일에도 영향을 미치니 이렇게 살다가는 인생이 망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등골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핸드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많이 쓰는 디지털 디톡스라는 하나의 해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스스로의 의지 문제가 가장 컸기에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하였습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지만 핸드폰을 덜 사용하는 순간 엄습할 미뤄둔 일들에게서 올 불안감이 너무나도 버거웠기 때문입니다.
곤란한 상황이 반복됨에도 늪에 빠져든 것처럼 오히려 변명만 늘어가는 나날이었습니다.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느 병원이 좋을지, 가격은 어느 정도일지, 미루는 습관의 기저에 있을 우울증에 대한 처방이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지 등등 더 큰 고민들이 꼬리를 물어서 결국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서치를 몇 번 해보기는 했으나 정신 병원이 정신 상담과 약물 치료를 해주는 곳이 다르다는 것까지만 인지하고 결국 어느 병원이 맞을지, 정말 좋은 곳인지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런 찾는 행위조차도 하나의 일로만 여겨져 결국 미뤄버렸습니다.
2. 게으름 문제의 진짜 원인
게으름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침대에 드러누워서 핸드폰에만 열중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자 어차피 일 안 할 거면 나가자는 가족의 손에 이끌려 도서관에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어떤 책 한 권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표지에는 커다란 손가락에 눌려서 눈치를 보며 밀려나는 작은 사람 그림이 있었고 그 모습이 일에 끌려다니지만 정작 미루기에 급급한 제 모습과 겹쳐 보였습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미루는 사람의 특징 10가지를 정리하고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내면의 이유 10가지 중 제가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미루는 습관을 스스로의 천성이 게을러 먹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으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실제 일을 했음에도 얻어질 실패나 미흡한 결과가 두려워서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전반부에서 평소에 했던 자기 합리화가 탄로 나는 기분이라 부끄럽기도 하고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싶어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작가가 외국 사람인데도 말입니다! 어느 나라든 이런 심정을 겪는 것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고 흔한 케이스라고 느껴지자 불안감이 조금은 완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나 주변에 게으르다는 것을 자랑하듯 말하고 다닌다는 부분이 정곡을 찔렀습니다. 나는 원래 일이 닥치지 않으면 효율이 나지 않아서 못하는 사람이다, 닥쳐서 일을 해야 효율이 좋다는 식으로 말했던 기억이 있는데 실상은 일을 쳐내기에 급급해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3. 미루는 습관의 해결 방안
심지어는 저 책을 읽는 와중에도 회피가 하고 싶어 미치는 지경이었습니다. 전반부를 읽으면서 공감을 느끼면서도 핸드폰의 알림창이 신경 쓰였고 핸드폰을 눈앞에서 치워버리자 머릿속은 책 내용이 아닌 다른 공상으로 흘러가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미루는 습관의 해결에 대한 내용을 중점으로 두고 있는 후반부는 읽지도 못하고 도서관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며칠 뒤, 게으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줬던 그 책 내용을 잊지 못하고 어떻게든 해보자는 조금의 의지를 내어서 도서관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책을 읽을 때, 핸드폰이라는 외부 요인이든 딴생각이라는 내부 요인이든 방해 요소로 진전은 더뎠지만 후반부도 다 읽게 되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작가가 본인의 게으름을 어떻게 해결하였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실제로 실천해 본 것과 앞으로 실천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책을 보면서 바로 실천한 것은 유혹 묶어두기였습니다. 주변에 딴 짓으로 넘어가는데 영향을 미친 요소를 제거하는 단계였습니다. 특히 일을 할 때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이기에 특히 이 부분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회피 행동을 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이 핸드폰인데 그때 어떤 딴짓을 가장 많이 하는지 꼽아보았습니다. 유튜브 보기, 웹툰 보기, 당장 구매하지 않을 물품 찾아보기 등이 순서대로 해당하였습니다. 그래서 저 책 파트를 읽자마자 바로 해당 앱들을 삭제하였습니다. 아직까지 핸드폰 사용량을 많이 줄이진 못했지만 핸드폰을 켰을 때, 앱으로 편하게 볼 수 없다는 장벽이 앱을 다시 까는 귀찮음을 넘어서까지 딴짓을 하는 일을 막아주었습니다.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딴짓의 가짓수가 줄어들자 자연히 핸드폰으로 넘어가는 충동의 정도도 줄어들었습니다. 앱이 있을 때는 무조건 봐야 할 것만 같았던 기분이 현저히 줄어든 느낌이었습니다. 아직 게으름의 정도가 줄었다 보기는 어렵지만 충동의 강도가 줄어드니 딴짓을 하기보다는 일을 잡는 것이 약간은 쉬워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기록과 작은 성공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에 대한 기록을 적고 그를 작은 파트로 쪼개어 적는 것이었습니다. 큰 프로젝트를 맡아 버거운 마음이 일을 작은 단계로 쪼개서 하나씩 해결하니 그나마 싸워볼 만한 적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헬스장에 가려고 마음먹기 힘들다면 집에서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것, 외출복으로 입고 집 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는 말이 있듯이 일을 소규모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록이 도움이 되었던 또 다른 점은 작은 성공의 기분을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작지만 어떤 일을 해결하고 체크 표시를 하거나 줄을 그어 해당 일을 지우는 것이 잊고 있었던 감정이었던 작은 성취감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자기효능감이라는 것이 새로운 일을 직면했을 때 일을 시작하는 동력이 된다고 하니 이렇게 한 발씩이나마 나아지고 싶습니다. 조금씩 해서 일을 완수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래도 시작은 했다는 점이 아예 급박할 때까지 미뤄서 한 것보다 불안감 완화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은 생각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게으름을 피우다가 결국 실패하다는 생각, 나는 원래 이렇게 밖에 못하는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은 스스로를 좀먹을 뿐만 아니라 결국 정말 실패로 이끄는 행동을 하게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산다는 말도 있듯이 일을 해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행동을 하는데 심적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성공하는 상상까지는 힘들더라도 실패하는 생각을 무한정 머릿속에 재생하는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줄인다는 것만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4. 주변인에게 도움 요청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부분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가 어쩌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일이나 가정,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 도움을 요청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떠올리고 직접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자존심이 이를 어렵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위로를 받는다고 합니다. 일을 하게끔 하는 감시자의 역할인 동시에 조언자가 될 수 있는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면 게으름의 수렁에서 조금은 쉽게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일을 협업을 하는 경우에 상대에게 경과를 보고하고 일의 속도를 맞추어 나가게 되면 마감일에 한 번에 소통하는 것보다 일의 진전이 빠른 것 같습니다. 게으름을 피우려다가도 상대에게 진행 정도를 알리고 공유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5. 게으름을 두고 보지 말자
제가 게으름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나서 읽은 책의 제목은 '힘든 일을 먼저 하라'입니다. 책 자체가 챕터별로 잘 나뉘어 있어서 특히 해결 방안에 대해서 제안하는 후반부는 5분 안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짧은 길이로 작성되어 집중력을 중간에 잃더라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힘든 일을 먼저 하라' 책의 읽은 후기글을 작성하겠다는 소기의 목적보다는 책을 읽고 실천한 점과 실제로 얻은 도움을 중심으로 작성한다면 같은 문제를 느껴 이 글을 읽게 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글의 구성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극적인 변화를 얻진 못했지만 그래도 게으름의 진짜 원인을 파악한 것과 미래를 향해 조금은 나은 걸음을 걷게 되었다는 점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쪼록 저처럼 게으름과 회피성 성격장애를 겪고 계신 독자분들도 게으름 문제 극복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사두고서 읽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더 실망스러울 것 같고 밖으로 나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는 외부적 요인이 회피 행동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저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습니다. 혹시 해당 책을 읽고 싶으신 분들 중 책을 사기에는 부담이 된다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 글을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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