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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던 게 갑자기 싫어지는 이유

by 행복한 왕밤꿀벌 2024.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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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던 것이 갑자기 싫어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마음이 아파서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이 너무 싫어졌기 때문에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던 일도 하찮아 보이고 미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투영되어서 갑자기 싫증이 나고 꼴도 보기 싫어지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좋아했던 것들을 버려버리고 싶고 없애서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한 때는 너무도 소중하고 예뻤던 것들이 귀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두 번째는 지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하는 데는 마음이 들어가고 마음이 들어가면 신경을 쓰고 돌보고, 시간을 쏟아부으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이제는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고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도 겁이 나버려서 일상적으로 좋아했던 것들도 거부해 버리는 것이다. 

 

나는 한 때 식물을 참 좋아했다. 무언가 돌려주는 말도 없이 가만히 그 자리에 있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을 주고 햇빛만 잘 챙겨주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고 계절에 따라 색색이 물들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최근에 나는 한 식물을 죽였다. 손을 가장 많이 탔던 아이였는데 너무나 쉽게 버려버렸다. 이제는 썩어빠지고 죽은 것 같다는 이유로 말이다. 아직 죽은 것이 확실하지 않았고 더 노력했다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버렸을 때 뿌리는 썩은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밖은 추우니까 이제는 확실히 죽었을 것이다. 

 

벌레가 생겨서 골머리를 썩이게 했을 때도 기쁜 마음으로 잎을 한 땀 한 땀 닦아주고 물에 세제 한 방울, 기름 몇 방울 섞어서 뿌려주며 닦아주었다. 그다음에는 잎 치기를 해주었고, 음식의 일부가 되어서 나를 기쁘게도 해주었고, 하루하루 금방 자라 가는 새순을 보면서 신비로움을 느끼게도 해줬다. 

 

아마 몇 주 정도였을 것이다. 식물에 물을 주지 않고 방치해 뒀던 기간이. 키만 커서 자리만 차지한다고 구박도 하고 잎이 까맣게 변하는 것이 보였는데도 닦아주거나 챙겨주지 않았다. 물을 좋아하고 햇빛을 좋아하던 식물이었는데 한 순간에 그렇게 죽여버렸다. 어쩌면 내가 챙기지 않은 시점에서 식물이 시든 것은 당연했는데도 나는 식물을 자리만 차지하는 흉물이라면서 그대로 밖에 버려버렸다. 

 

어쩌면 나는 식물을 버린 그 순간에 깨닫게 된 것인 줄도 모르겠다. 어떤 관계든 그렇게 쉬운 관계는 없다고.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리 소중한 관계라도 덧없이 끊어지고 마는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식물과 나의 관계는 내가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소중히 하지 않으면 끊어져버리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 대 사람 간의 관계라는 것은 이어졌다는 점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할까? 내가 그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까 봐, 아니면 내 마음을 내보였다면 외면당할까 봐 외로움 속에서 마음을 감추고 속만 태우다가 무뎌져버린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피해도 없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던 것 같다. 

 

상처가 나지 않으면 아물 수도 없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로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라는 것은 자주 들여다보지 않으면 퇴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식물과 나와의 관계와는 다르게 사람 간의 관계는 두 명의 것이니까. 

 

사실은 사랑을 갈구하고 관계를 더 소중히 하고 외면받고 싶지 않고 보듬어지고 싶었던 것인 것 같다. 식물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법을 배우게 했고, 식물을 버릴 때 나는 대등한 관계를 원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애정을 쏟은 대상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행동에서 내 마음 또한 부정당한다고 느낀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식물을 좋아했고, 식물을 버렸고,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알고 싶어서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아직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사랑하던 것을 갑자기 너무나 미워하게 되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다. 

 

비 오는 날에 식물이 갑자기 너무나 싫어지게 되어버린, 가슴이 쓰린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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