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글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대한 고찰 (정신건강의학과 방문할 것)

by 행복한 왕밤꿀벌 2023. 12. 3.
반응형

요즘 들어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큰 어려움이 든다. 샤워를 하는 것도 하나의 미션이고 외출하기 위해서 일어나서 준비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시간까지 나가야 하는 마지노선을 정해놓고도 알람을 계속 5분 후 계속 알림을 눌러가며 미루어서 결국 약속에 늦기까지 한다. 

 

일 중에서도 큰 일, 나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 같은 규모의 일일수록 시작하기가 버겁고 괴로워서 회피하게 된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는 것으로 회피 행동을 하는데 그 일이 재밌지도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그 행동을 멈추지 못하고 하게 된다. 이런 행동이 심해져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하면서 공기계폰으로는 게임을 돌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청소나 설거지 등 청결을 위한 활동도 하기가 어려워서 미루게 된다. 처음에는 바닥에 머리카락 약간, 그릇 몇 개였지만 계속 미루다 보니 과자 봉지, 음식 닦은 휴지가 어지러이 쌓이고, 음식물에 곰팡이가 핀 설거지거리가 쌓여간다. 미루다 보니 치워야 할 것이 늘어나게 되고, 해야 할 일의 크기가 커지니 더욱 미루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마음을 잡고 일을 처리하게 되면 바로 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문제까지 발생하게 된다. 여름이라면 식사를 하고 바로 치웠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초파리가 많이 생긴다거나, 설거지를 쌓아둔 것에 곰팡이가 피어 설거지가 더욱 힘들어지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미루는 행동이 더욱 악순환을 일으킴에도 이러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반드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일수록 이런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늦게나마 벼락치기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한을 넘겨서 해결하거나 기한을 한참 넘겨서 해낼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미루어서 결국 과제를 하지 않고 있다. 

 

미루는 행동으로 인해 일에 대한 실패 경험이 쌓이니 실패가 두렵고 몸이 막혀서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정확히는 해야 할 일을 마주하는 게 너무 버겁고, 하고 싶지 않으니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활동(유튜브 보기, 게임하기 등)에 정신을 잠식시키는 것이다. 무기력증이 익숙해지니 그런 상태로 있는 게 마음이 괴롭고 불안해도 계속 그 상태를 관성적으로 유지하게 된다. 

 

매일 밤, 피로에 지쳐서 까무룩 잠이 들 수 있을 정도까지 핸드폰을 한다. 일차원적인 웃음을 주는 오락거리에 정신을 소모시키고 재미없다, 이제는 자야 내일 일어나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면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는 행동 그거 하나가 정말 힘들다. 뇌와 핸드폰이 하나로 연결이라도 되어버린 듯,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아두고 잠이 드는 행동을 실행하는 것이 대단한 결심을 해야 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핸드폰을 놓는 순간, 생각의 파도가 뇌와 온몸을 짓누르듯 밀려들어와서 그런 것 같다. 핸드폰을 놓는 순간, 그러한 생각들을 마주해야 하니까. 새벽 4시, 5시, 아주 늦은 시간까지 뇌를 20분 내에 재미를 구겨 넣은 영상들에 방치하고 피로에 찌들 때까지 버텨냈다. 그렇게 하면 핸드폰을 손에서 놓는 순간과 잠에 드는 순간의 간격이 짧아져서 생각의 늪에 짧게만 잠길 수 있기에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다. 

 

무기력한 낮의 내가 미뤄두었던 일들을 밤의 내가 마주하는 순간은 너무 견디기 어렵다. 마주하고 이제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의 컨디션을 위해서 이제라도 자야 한다고 핑계를 대고 마는 것이다. 기한을 훨씬 넘겨서 일을 안 하면 이제는 과제를 내봤자 아주 낮은 점수밖에 못 받을 것이니 노력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이고 더 급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낫다는 자기 합리화를 했듯이 말이다. 

 

심지어는 미뤘다는 죄책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오락적이고 비현실적인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되어 아주 부자가 된다면, 내가 마법사라면, 내가 유튜버가 된다면 같은 판타지 같은 상상을 하면서 현실을 잊고자 한다. 

 

그렇게 잠에 들면 생체리듬에 맞는 시간대에 잠에 들지 않아서 다음날 아주 피곤하다.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피로하고 에너지가 없다. 에너지가 없으니 무언가를 할 의지도 들지 않고 무기력한 상태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피곤해서 밤에 일찍 잠들려고 해도 뇌가 쉬지 못하도록 자꾸 들어오는 죄책감과 미뤘던 일들의 무게가 나를 짓눌러 다시 핸드폰을 들게 된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고, 누군가의 눈을 마주치는 것이 싫고, 미래가 두렵고 버겁다. 지금의 일도 해내지 못하는데 나중에 더 큰일이 닥치면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실을 잊고자 불필요한 일에 몰두한다. 불필요한 일은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좋은 일은 요리를 하는 것이다. 나를 위한 건강한 한 끼를 대접한다는 핑계로 요리도 잘 못하면서 요리 레시피를 찾는데, 재료를 사고 손질하는데, 요리를 하는데 거의 2~3시간을 소요한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니 다른 일로 회피하는 것보다는 좋은 일이라면서 나를 다독이며 요리에 몰두하였다. 

 

문제는 시간대가 밥을 먹어야 하는 시간을 지나서 해서 완성 시간이 늦은 시각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밤에 먹으면 건강하지 못한데도 말이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벌일 일은 다른 문제도 가져왔다. 밖에서 음식을 사 먹거나 배달을 시키면 설거지할 것이 없거나 적다. 그렇지만 요리를 하면 손질한 재료의 뿌리나 껍질 등을 버리고, 설거지를 하고, 요리하면서 튄 부분을 닦고, 밥을 먹은 책상을 닦고, 남은 음식은 깨끗한 통에 옮겨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해야 하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한 일이 더 많은 해야 할 일을 만들고, 요리를 하는데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쏟아버린 후에는 무기력함에 잠식되고 마는 것이다. 특히 설거지를 미루는 것이 가장 큰 악영향이다. 그릇에 묻은 음식물이 상해서 나는 냄새가 기분을 더 우울하게 하고 건강을 안 좋게 하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쁜 일은 앞서 말한 핸드폰을 중독된 것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핸드폰이 손에 붙어서 난 사람처럼 잠깐 물건을 가지러 움직일 때도 핸드폰을 손에서 뗄 수 없다. 양손을 써야 할 일이 있어서 핸드폰을 근처에 대충 두고 할 일을 하고 다시 핸드폰을 찾다 보니 가끔은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찾는 데에도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고치기 위해서는 약을 처방해 줄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과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이 필수인 것 같다. 상담을 하면서 그동안 무의식 중에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회피하던 문제를 직면하니 눈물이 났다. 외면하고 있을 때는 눈물도 나지 않더니 알고 나니 누르고 있는 감정들이 나를 찌르면서 눈물이 난 것 같다. 

 

상담을 하면서 나아진 기분이나 앞으로 나아질 것 같다는 확신은 전혀 들지 않지만 나의 문제를 직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마음이 답답해서 글을 써서 해소하고자 이 글을 작성하였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그렇지만 상담을 하고, 정신과 의사가 있는 병원을 가게 된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않을까 싶다. 

반응형

댓글


"); wcs_do();